[사설] 이석채의 경우, 최광의 경우

입력 2015-10-25 18:02  

국민연금공단의 인사 내홍(內訌)이 설상가상이다. 최광 이사장이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에 대해 연임 불가를 통보하면서 불거진 갈등은 당사자들의 말부터 엇갈린다.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 이사장이 처음부터 홍 본부장의 연임 불가를 결정하고 복지부 의사를 존중하지 않았다”며 퇴진을 요구했다. 반면 최 이사장은 “복지부와 40일간 협의하면서 문자·메일을 보냈고 별도 반응이 없으면 내 이야기에 동의하는 것으로 알고 진행하겠다고도 했다”며 월권도 항명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누군지 모르지만 홍 본부장의 연임을 미리 정해놓고 있었다”며 외압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에 정 장관은 최 이사장과 홍 본부장의 동반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당장 내달 3일이면 기금운용본부장의 임기가 끝난다. 연임은 물 건너갔고, 이제는 이사장마저 공석이 될 판이다. 후임 인선은 절차를 밟는 데 몇 달씩 걸린다. 국민돈 500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공단이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운용책임자(CIO)의 동시 부재가 불가피하다. 운용조직의 공사화를 놓고 벌어진 공복들 간의 싸움에 국민들만 피해를 보게 생겼다. 누가 책임질 텐가.

이런 유의 인사 갈등은 대개 청와대와 정부가 서로 책임을 미루는 상황에서 벌어진다.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당사자에게 분명하게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시간을 끌며 무언의 압력이나 넣다가 꼭 사事?나는 것이다. ‘문고리 권력’ 운운하는 추측들도 이런 안개 상황 속에서 생겨난다. 2013년 이석채 전 KT 회장의 퇴진 과정도 그랬다. 퇴진요구 전달자도, 메시지도 모두 모호했다. 이 전 회장이 반발하자 검찰의 표적수사와 배임죄 기소로 이어졌지만 결국 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났다. 당사자는 화병(火病)이 날 일이지만 정부로서도 이런 망신살이 없다.

국민연금공단 사태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홍 본부장을 연임시킬 의중이면 미리 최 이사장에게 명확하게 전달했어야 했다. 한 달여 동안 변죽만 울리다가 뒤늦게 월권이라고 몰아세우니 이 말썽이 났다. 당사자들도 그렇지만 정부가 모호한 메시지로 불필요한 잡음을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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